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없어 아무 말도 안 나왔어. 나 하나 살기 바빠 너희 외면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희들이 학교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인데. 나는 편하니까 그런 생각 한 번도 안해봤어. 나 혼자 편하게 살기 위해. 그런데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네. 항상 어떻게 된 후에 후회하고 미안하고 정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두가 후배들, 친구들, 선배들이고 나중에 사회 같이 나와서 어른이 돼 사회 이끌어야 하는데. 너무 미안해. 미안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우리가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외면하지 않고 함께 이겨내야 할 입시경쟁 속에서 서로 신경 써줬더라면.
이제 외면 하지 않을게. 너희 심정을 우리가 느낄 것이고, ‘나’라는 존재보다 ‘나의 기억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우리 무한입시경쟁에 몰아넣고 있는 이 사회. 외면하지 않을게. 너희가 살아가고자 했던 삶까지 우리가 더 고민하고 이젠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을게.
경신여자고등학교 유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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