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가인권위원회, “전남대 홍콩민주화운동지지

간담회 대관 취소 사건권고결정

 

 

201911, 광주 시민사회는 2019년 한 해 동안 홍콩에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의 현황을 듣고 교류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재한홍콩시민초청 간담회를 추진했다. 이에 1210일 전남대학교 이을호강의실에서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돌연 전남대는 125일 중국영사관의 압력 등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 해당 결정을 통보한 전남대 철학과 학과장은 대관취소의 이유로 처음에는 중국영사관의 압력을 이유로 들었다가 이후 언론에 사건이 보도되자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의 취재결과 중국영사관 직원들의 항의방문이 실제로 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간담회를 공동주관한 시민사회단체들은 1210일 간담회에 앞서 전남대와 중국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전남대학교 인권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남대학교 인권센터는 진정을 제출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2012일 전남대학교 시설물에서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며 해당 사건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제시하며 기각결정문을 통보했다.

 

2020101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남대학교에 향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교육시설 대관을 불허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할 것을 결정하고 이 결정문을 1118일 통보했다. 결정문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전남대 철학과 학과장)이 강의실 대관 승인을 취소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간담회 주제가 홍콩민주화라는 민감한 주제로 정치적 문제로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보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대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대학의 자율권은 헌법에 명시가 되어있을 정도로 법체계에서 중요하게 보장되는 권리이다. 대학은 학문과 교육의 공간이므로 설령 사회적으로 아직 수용되기 힘든 견해일지라도 그 자율성을 보장해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대학의 현실은 정반대로 대학 밖에서는 자유롭게 외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들조차 통제를 받고 외부기관이 나서서 대학 내 인권침해를 구제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1980년 계엄령에도 맞서서 민주주의를 외쳐 5.18 민중항쟁의 시작점이 되었던 전남대조차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홍콩과 중국에 대한 문제이면서 동시에 한국 대학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화의 성지라고 스스로를 자랑해온 전남대조차 현재진행형인 민주화운동에 연대를 거부하고 독재정권의 편의를 보장하느라 결국 외부기관으로부터 권고까지 받은 오늘의 상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 첫째, 과거 군사독재 시기 대학교가 자유의 공간으로 기능했던 것과 달리 최근 한국의 대학가는 오히려 대학 밖보다 인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이번 사건 이전부터도 여러 대학에서 세월호 참사, 성소수자 인권 등을 주제로 한 학생들의 행사가 대관 거절된 사례가 발생했으며 대학원생, 시간강사에 대한 갑질 및 성폭력 등의 사건 소식이 매달 줄을 이을 정도로 대학은 인권취약지대가 되었다.

 

둘째,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감소에 대응해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인 연구나 교육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의 비대한 재정과 규모를 포기하려 하지 않다보니 이에 필요한 수입을 해외유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그 중 중국은 졸업장판매 시장의 가장 큰 손이 되었다.

 

셋째, 위와 같은 대학의 잘못된 운영을 견제할 대학 내 세력이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한국의 대학지배구조는 제왕적 총장제도를 교수집단이 독점하는 체제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제도밖에 독립적인 학생자치가 존재하여 견제시도가 가능했지만 이제 그마나 남아있는 대학 총학생회는 학교당국의 통제를 받는 처지이며 제도적으로 보장된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중국정부는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자유로운 집회 및 시위활동이 어려워지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 집요하게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있다. 바로 며칠 전인 1123일 홍콩에서는 조슈아 웡, 이반 람, 아그네스 차우 3인의 민주화인사들이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었다. 이들을 비롯해 홍콩의 여러 개인 및 단체들은 올해 5.18 40주년을 기념해 광주와 전남대 방문을 계획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을 정도로 한국의 민주화운동사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시민사회에 지속적인 연대를 요청해왔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으로는 졸업장판매를 위해서라면 표현의 자유마저 탄압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 한국 대학의 현실을 반성하며 밖으로는 혹독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를 향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홍콩의 시민사회에 다시 한번 굳건한 연대의 의사를 밝힌다.

 

 

20201130

 

광주인권회의(광주 NCC 인권위원회, 광주인권지기 활짝, 실로암사람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홍콩연대회의, 국제민주연대, 세계시민선언, 한홍민주동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