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가 발발한 이후 새해를 맞았지만, 이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는 여전히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내란 등의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한 수사는 한 달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탄핵 소추 사건은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재판 지연으로 답보 상태에 있다.
이에 국민들의 분노는 날로 커지고 있다. 계엄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대는 응원봉과 은박 담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저항을 표현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태 관련 찬·반 시위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의 물리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는 이 사태의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히고, 사실상 본인 지지자들에게 결속을 요청했다. 신년사 발표 이후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 일대에서는 찬·반 시위의 대립이 심화되며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청년들이 조직한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흰 헬멧을 착용하고 자체적으로 무장하며, 시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학생의 정치·사회 참여 교육 열악
‘백골단’이라는 이름은 1980~90년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던 사복 체포조에서 유래한다. 당시 백골단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악명을 떨쳤고, 강경대 열사를 비롯한 여러 희생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민주화 운동 탄압의 상징이 오늘날 다시 등장하여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 특히 이 부활의 주체가 청년 세대라는 점은 더욱 당혹스럽다.
2025년 백골단을 결성한 청년들은 4·19 혁명,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교육받으며 자란 이들이다. 정치적 선동을 체계적으로 경험한 세대도 아니며, 특정 이념과 사상을 주입받은 세대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이러한 극단주의적인 집단을 구성하게 되었을까?
필자는 이 현상의 원인을 한국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 교육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민주시민을 양성하기보다는 대학 입시 중심의 암기식·주입식 교육에 의존해 왔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자유롭게 토론하거나 참여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
또한, 학생들은 정치참여 교육의 기회도 부족했는데, 이는 기성세대 권력과 권위에 순응하거나 특정 이념에 매몰되기 쉬운 문화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는 등 변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비판적 사고와 정치·사회 참여를 위한 교육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광주 일부 학교 축제들 ‘일탈’
최근 광주 관내 일부 학교 축제에서 벌어진 극단적인 사건들도 한국 교육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A고와 B중에서는 유튜브 유행 콘텐츠인 ‘나락 퀴즈쇼’를 패러디하며 역사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소재들을 희화화하였는데, 특정 성별이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특히, C고 축제는 내란 선전, 여성 혐오 활동을 하는 극우성향 인물이 축하 영상에 등장하여 다수 민원이 빗발쳤는데, 학생들이 역사와 사회문제를 균형 있게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
2025년 백골단의 등장과 학교 축제 논란은 단순히 특정 세대나 학생들의 잘못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와 교육 전반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사례이다.
교육당국은 이 사태를 교훈 삼아 교육과정을 재검토하고,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 인권교육, 정치참여교육, 인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극단주의, 혐오, 차별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