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사회가 광주 학생 삶 지키기 교육연대를 꾸려 정규교육과정 외 교육활동 기본계획을 시행하라고 광주광역시교육청 정문 시위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귀를 막고 있으며, 한술 더 떠 서울대 입시설명회를 공동 주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단체는 광주시교육청 주관 입시설명회가 수도권 대학으로 편중되는 현상관련,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입시경쟁을 부추겨 공교육을 병들게 한다는 논지로 광주시교육청에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광주시교육청(전임교육감 시기)은 전문대·지방대의 입시설명회도 균형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개선해 왔다. 또한, 특정대학 위주 입시설명회 예산을 대폭 줄이고, 맞춤형 대입 프로그램과 진로 체험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 진로·진학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공교육의 정신 위에서 진로·진학 예산이 건강하게 편성되도록 노력한 바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입학설명회를 주관할 경우, 학교 교사를 활용하도록 광주시교육청은 지자체에 간곡하게 당부하기도 했다. 사교육 강사가 입시설명회를 주도할 경우, 공공 영역이 사교육 광고 마당으로 변질될 수 있고, 사교육비 증가와 선행학습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는 문제 제기에 공감한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교육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협조를 요구하는 서울대학교의 손을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서울대 옆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입시설명회의 공동 주관자를 자처하고 있다. 수험생과 보호자에게 입시를 안내하는 일에 머물지 않고, 명문대 입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육청의 노력을 자랑하고 싶다는 뜻이다. 당초 계획(예산)에도 없던 판을 벌인 것만 보아도 그렇게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함'이라고 교육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피라미드 위쪽을 선점하려면 명문대로 진학해야 한다고 교육청까지 나서 이기심을 부채질하는 판이 바뀌지 않는 한 공교육의 이상은 요원하다.

 

설령 광주시교육청이 벌인 서울대 입시설명회가 흥행을 거둔다고 한들 이는 결코 교육이라 볼 수 없으며, 학벌주의로 교육을 썩게 만들어 사교육의 거름이 될 뿐이다.

 

일선 고교의 조기등교·강제학습, 입시 위주의 자치 학교 사업 등 가뜩이나 광주교육 정책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입학설명회를 교육청이 공동 주관하는 행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에 우리단체는 공교육 예산과 행정력을 엉뚱한 데 쓰지 말고, 지금이라도 다양성을 품은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다시 알차게 이어갈 것을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517일로 예정된 서울대 입학설명회를 재고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삶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배움을 생생하게 만드는 일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2023. 5. 10.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